티스토리 뷰

A독서실 사장님은 친절하다.

에어컨 고장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한다.

시원한 야쿠르트를 건네주시는데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 단박에 느꼈다.

다만, 고장난 에어컨을 고치지 않고 선풍기로만 떼우고 있으니 다닐수가 없다.

책상에 앉았을 때 등 뒤로 땀이 흐르고 책상에 팔뚝을 올려두면 땀 자국이 나니까 버틸 수 없었다.

땀이 삐질삐질 나는 정도만 됐어도 그냥 다녔을거다.

(집에서 가장 가까우니까.)

 

B독서실 사장님은 불친절하다.

고객에게 애정이 전혀 없다. 본인 공지문대로 행하지 않았다고 그렇게 화를 내다니..

융통성이 조금만 있었어도.. 애정이 조금만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안했을텐데..

사장님이 싫어지니까 모든 게 다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콜록콜록 들려오던 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식사하러 집에 왔다갔다 하는 사이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 크니까 냉방병에 걸릴 것 같다.모기가 너무 많은 것 같다.어디선가 코 고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온다.서비스가 엉망이고, 에너지도 무지성으로 낭비하는 업체에 돈을 쓰고 싶지가 않다.이렇게 스트레스 받을 바에야 집에서 하는 게 낫겠다.

 

집에서 하자.

고3, 겨울방학보다 더 중요한 여름방학에 독서실 시행차고 하느라 일주일을 버린 것 같다.귀한 시간을 허비한 내 자신에게 화가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몰랐으니까.이동시간을 모두 없애고 집에서 하기 시작한다.낮에 집에 혼자 있으면서 에어컨 키는 게 또 낭비로 느껴져서 팬티만 입고 공부한다.더우면 냉수 샤워하고 다시 공부하고...처음엔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동시간이 전혀 없으니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집은 집이다.

내가 이렇게 의지박약인 인간일줄이야.집에서 내 컴퓨터로 하니까 '딴짓'을 자꾸 하게된다.이동시간을 다 줄였으니 공부 시간이 충분히 생겼다는 착각에 여유를 부린다.감시(?) 관리(?)까진 아니더라도, 견제하는 타인의 시선이 전혀 없으니까 스스로 통제가 안된다.

 

그래도 '하던 가다'가 있어서 계획은 그럭저럭 채웠다.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을 느낄 때 쯤 여름방학이 끝났다.다행이다. 다시 학교/야자실 모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