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획 (2008)

고3/ 4월/ 중간고사/ 고진감래. 전교 10등 內 5개 과목

B급대표 2022. 5. 10. 10:15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 난생 처음 실감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열정을 불태웠고, 성과를 얻은 것.

돌이켜보면 그전까지는 정말 '되는대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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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어딜가나 늘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있다.

축구를 해도 축구 영상 찾아보면서 개인기 연습하는 친구들이 있고,

게임도 방송을 보면서 분석하고 따라하고 여러가지로 발전하는 친구들이 있다.

밴드부를 하더라도 혼자 열심히 연습해서 나날이 실력이 느는 친구들이 있다.

응원을 해도, 더 열심히 해서 단장인 나보다 더 멋지게 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은 취미생활에서도 전문성을 갖게 된다.

 

그런데 난 너ㅡ무 되는대로 살아왔다.

축구는 '치고 달리기'와 '발등으로 차는 무회전 슛'으로만 먹고 살았고,

게임, 스타를 할 때도 그냥 잡히는대로, 임기응변식 돌발전략으로 이겨왔다.

전략시뮬레이션임에도 전략을 짜놓고 게임에 임하는 경우가 없었다.

종족도 랜덤을 좋아했고, 컨트롤 잘하고 상대가 예측 못한 묘수를 써서 이기는 것을 즐겼다.

밴드부에서도 드러머로서 쿵쿵따만 대충 할 줄 알았지, 노력해서 발전하는 게 없었다.

그나마 응원단 할 땐 노력을 좀 했으나, 응원댄스부 단장이면서도 댄스는 최소한만 하고, 노력조차 안했다.

 

이렇게 대충대충 살던 내가 공부에 열정을 불태운 것.

고2 여름방학 끝난 직후 공부를 시작했으니 거의 10개월 동안 불태운 열정.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내 빈 깡통같은 머리에 지식을 채우는 재미에 힘든줄 몰랐다.

 

드디어 고3 첫 시험.

두둥.

전교 10등 안에 드는 과목이 5개가 나왔다.

내색은 안했지만 나 스스로 엄청 놀랐다.

내 생각보다도 점수가 너무 잘 나와서 충격 받았다.

 

그러나 친구들은 놀라지 않았다.

내가 워낙 유난 떨면서 공부하고 있으니까.

3학년 새학기 첫시험, 내가 2학년 2학기에 전학을 왔으니 상당수가 처음 보는 친구들이었으니까.

그들이 보기에 나는 이미 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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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1학년 첫 시험, 40명 있던 반에서 10등을 했던 때가 기억난다.

 

- 어머니 :  "잘했어 아들~ 다음엔 더 노력해서 전교 10등을 목표로 한 번 해봐~"

- 나 : "엄마, 전교 10등 안에 드는 애들은 애초에 생긴것 부터가 달라~ 이정도면 잘한거야~"